잡담

제1형 기면병: 하이포크레틴 결핍으로 인한 수면-각성 장애

팔나래 2025. 6. 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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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제1형 기면병(Narcolepsy Type 1)은 과도한 주간 졸림과 함께 갑작스러운 근력 상실인 탈력발작(cataplexy)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이 질환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생성되는 하이포크레틴(hypocretin, 오렉신이라고도 함) 신경전달물질의 심각한 결핍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하이포크레틴의 생산과 분포

하이포크레틴의 생성 위치와 방식

하이포크레틴은 인간의 뇌에서 약 50,000-80,000개의 신경세포에 의해 생성되며, 이들 신경세포는 주로 외측 시상하부와 뇌궁주위 영역에 위치합니다. 하이포크레틴 A(하이포크레틴-1)와 하이포크레틴 B(하이포크레틴-2)라는 두 가지 형태가 있으며, 이들은 130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전구체 단백질인 prepro-orexin에서 단백질 분해를 통해 생성됩니다.

하이포크레틴 A는 33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되고 분자 내 이황화 결합을 가지며, 하이포크레틴 B는 28개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선형 펩타이드입니다. 이 전구체 단백질은 17번 염색체(17q21)에 위치한 HRCT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됩니다.

하이포크레틴의 뇌척수액 도달 과정

하이포크레틴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들은 시상하부에 국한되어 있지만, 중추신경계 전반에 광범위한 신경 연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르아드레날린을 생성하는 청반핵(locus coeruleus)에 가장 밀도 높은 연결을 보이며, 기저핵, 시상 영역, 연수 망상체, 고립로핵 등에도 연결됩니다.

하이포크레틴 신경세포들은 뇌 전체뿐만 아니라 척수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경추부터 천골부까지 모든 척수 분절에 신경 연결을 보냅니다. 이러한 광범위한 연결을 통해 하이포크레틴은 뇌척수액으로 분비되어 전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1형 기면병에서의 하이포크레틴 결핍

결핍의 정도와 진단 기준

제1형 기면병 환자의 진단 기준에는 탈력발작의 존재와 함께 뇌척수액 내 하이포크레틴-1 농도가 110 pg/mL 이하인 것이 포함됩니다. 건강한 개인과 제2형 기면병 및 특발성 과다수면증 환자들의 경우 뇌척수액 하이포크레틴 농도가 거의 항상 200 pg/mL 이상으로 측정됩니다.

무작위로 선택된 제1형 기면병 환자의 약 85-95%에서 뇌척수액 하이포크레틴 농도가 110 pg/mL 미만으로 나타나며, 이 기준점의 민감도는 87%, 특이도는 99%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제1형 기면병 환자 9명 중 7명에서 하이포크레틴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하이포크레틴 결핍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기전

제1형 기면병에서 하이포크레틴 결핍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한 하이포크레틴 생성 신경세포의 손상 및 파괴입니다.

HLA 연관성과 유전적 소인

제1형 기면병은 HLA 클래스 II 대립유전자인 HLA-DQB106:02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보입니다. 하이포크레틴 결핍과 제1형 기면병은 HLA DQB10602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제1형 기면병 환자가 이 특정 HLA 복합체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제1형 기면병의 발병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T세포 매개 자가면역 반응

T세포 수용체 유전자 및 기타 면역 관련 유전자 다형성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최근 유전학적 증거와 함께, 인플루엔자 백신 Pandemrix 접종 후 제1형 기면병 발생률이 증가한 것이 관찰되어 면역 매개 병리기전이 오랫동안 의심되어 왔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연구실에서 제1형 기면병을 가진 성인과 어린이가 오렉신 펩타이드를 선택적으로 표적으로 하는 T세포(면역계의 한 유형)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T세포는 오렉신 신경세포를 직접 죽이거나, 더 가능성 있게는 다른 면역세포를 유발하여 오렉신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죽일 수 있습니다.

환경적 유발 요인

제1형 기면병의 발병에는 여러 감염성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 감염의 역할

연쇄상구균 감염과 제1형 기면병 사이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되었습니다. 미국 워싱턴주 킹 카운티에서 실시된 인구 기반 사례-대조군 연구에서, DQB10602 양성인 기면병 환자 45명 중 90.9%가 인후염 감염 병력을 보고한 반면, DQB10602 양성 대조군에서는 75.9%만이 감염 병력을 보고했습니다.

21세 이전에 의사 진단을 받은 인후염 병력이 있는 사람에서 기면병 위험이 5.4배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으며(95% 신뢰구간 = 1.5-19.1), 이는 다른 아동기 감염성 질환인 단핵구증, 폐렴, 간염이나 백신 접종과는 거의 연관성이 없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계절적 발병 패턴과 상기도 감염

중국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제1형 기면병 발병이 뚜렷한 계절적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기면병 증상 발현은 11월에 가장 낮고 4월에 가장 높았으며, 계절성 독감/감기나 H1N1 감염의 절정과 기면병 발병 절정 사이에는 5-7개월의 지연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겨울철 감염이 "유전적으로 취약한 개인에서 하이포크레틴 세포 손실과 기면병으로 이어지는 면역 반응을 시작하거나 재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분자 모방과 자가면역 기전

연쇄상구균이 제1형 기면병을 유발하는 주요 기전은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입니다. 감염에 의해 자가면역이 유도되는 기전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이포크레틴 신경세포 파괴와 관련해서는 방관자 활성화(bystander activation)와 분자 모방이 가장 유력하고 흥미로운 기전으로 여겨집니다.

연쇄상구균 감염은 T세포에 의한 IL-17 생산을 유도할 수 있으며, IL-17 수용체 신호전달은 혈뇌장벽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하이포크레틴 분비 신경세포를 면역계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별 차이

흥미롭게도 연쇄상구균과 기면병의 연관성은 인종과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중국 환자 214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제1형 기면병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 사이에 항-스트렙토리신 O(ASO) 및 항-DNase B(ADB) 양성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연쇄상구균 외에 다른 항원이 하이포크레틴 세포 손실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혈뇌장벽 투과성 증가

연쇄상구균 감염은 전반적인 면역 활성화와 함께 염증 및 발열 중 T세포 활성화 후 혈뇌장벽의 투과성 증가와 연관됩니다. 이러한 투과성 증가는 일반적으로 중추신경계로부터 보호받던 하이포크레틴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면역세포에 노출되게 하여 자가면역 반응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및 H1N1과의 연관성

연쇄상구균과 함께 인플루엔자 A H1N1 감염 및 특정 H1N1 백신(Pandemrix) 접종도 제1형 기면병 발병과 강한 연관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환경적 유발요인들은 분자 모방이나 방관자 활성화 과정을 통해 질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제1형 기면병 발병에는 세 가지 요인이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HLA-DQB1*06:02와 같은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연쇄상구균 감염과 같은 면역계를 활성화시키는 유발 요인, 그리고 면역 반응이나 뇌의 일부 특성이 하이포크레틴 신경세포에 대한 자가면역 공격을 더 쉽게 만드는 취약한 연령대.


현재 시도되고 있는 치료 방법

전통적 치료법의 한계

제1형 기면병의 전통적 치료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춘 대증요법입니다. 현재 동물 모델에서의 연구 결과, 오렉신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약물인 오렉신 수용체 작용제가 제1형 기면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임상시험에서 이러한 약물이 인간의 기면병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약물들은 간 손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렉신 수용체 작용제 개발

최근 TAK-994라는 경구용 오렉신 수용체 2 선택적 작용제를 이용한 2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제1형 기면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하이포크레틴 신경펩타이드의 심각한 손실이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제1형 기면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혈관-뇌 장벽을 이용한 치료 방법

제1형 기면병 치료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접근법 중 하나는 혈관-뇌 장벽을 우회하여 하이포크레틴을 직접 뇌로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비강 내 투여법

비강 내 투여는 혈관-뇌 장벽을 우회하여 치료제를 중추신경계로 전달하는 새로운 비침습적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특정 펩타이드나 단백질의 손실을 수반하는 신경학적 장애에 특히 유용할 수 있습니다.

제1형 기면병 치료를 위한 비강 내 하이포크레틴 1 대체요법의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첫 번째 단계로서, 감마 계수와 자기방사법을 사용하여 비강에서 뇌로의 하이포크레틴 1 직접 전달이 입증되었습니다.

임상 연구 결과

제1형 기면병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한 교차 설계, 무작위 순서, 위약 대조 연구에서 환자들은 이중맹검 하에 비강 내 오렉신-A(435 nmol) 또는 멸균수(위약)를 아침에 투여받았습니다.

오렉신-A 투여 후 환자들은 각성-REM 수면 전환이 감소하고 REM 수면 지속시간이 단축되었습니다. 다음 밤에는 환자들이 N2 수면 지속시간이 증가했습니다. 주의분산 검사에서 환자들은 오렉신-A 투여 후 거짓 반응이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오렉신-A가 REM 수면 안정화 요인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며, 제1형 기면병에서 오렉신-A가 수면 변화와 주의력에 미치는 기능적 효과의 증거를 제공합니다.

혈관-뇌 장벽 통과 특성

Kastin 등이 하이포크레틴은 다른 많은 펩타이드와 달리 확산을 통해 혈관-뇌 장벽을 통과한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기면병 견 모델에서 전신 투여된 하이포크레틴의 기면병 증상에 대한 효과를 연구했습니다.

정맥 내 투여된 하이포크레틴이 뇌실 내 주입과 유사한 크기와 시간 경과로 즉각적인 활동 수준 증가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동시에 하이포크레틴 투여는 탈력발작을 감소시켰습니다.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

기타 가능한 접근법으로는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통해 연구자들은 기면병이 시작되는 순간 이를 중단시키고 하이포크레틴 신경세포에 대한 추가적인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를 희망합니다.


결론

제1형 기면병은 시상하부의 하이포크레틴 생성 신경세포의 자가면역 매개 파괴로 인한 복잡한 신경면역학적 질환입니다. 유전적 소인(HLA-DQB1*06:02), 환경적 유발요인(감염), 그리고 특정 연령대의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T세포 매개 자가면역 반응을 통해 하이포크레틴 신경세포를 파괴합니다.

현재 혈관-뇌 장벽을 우회하는 비강 내 하이포크레틴 투여법과 오렉신 수용체 작용제 개발 등 새로운 치료 접근법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근본적인 신경화학적 결핍을 교정하는 치료법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향후 유전자 치료, 줄기세포 치료, 그리고 면역치료법의 발전이 제1형 기면병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문헌

  1. Medical News Today. (2024). "What is the link between hypocretin and narcolepsy?"
  2. Liblau, R.S., et al. (2023). "The immunopathogenesis of narcolepsy type 1." Nature Reviews Immu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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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Neuropsychopharmacology. "A Brief History of Hypocretin/Orexin and Narcolep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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